나는꼼수다, 이정희 의원 등이 어떻게 박근혜 당선에 도움을 주었는가

by hun

“박빙”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은 선거였다. 선거에서 이긴 쪽도, 진 쪽도 결과과 쉽게 믿기지 않는 분위기로 보인다. 결과에 대한 분석이 속속들이 나올 것이다. ‘독재자의 딸이라서 안 된다’는 논리의 빈약함이라던지, 안철수 지지자들이 갈렸다던지, 안보에 대한 우려로 보수층이 집결했다던지,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작용했다던지, 아이를 낳지 않으니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적다던지,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졸인이 피부로 느끼는 요인 중 무시할 수 없어 보이는 것이 하나만 언급하려고 한다. 그것은 반(反) 박근혜 쪽에서 종종 나타난 표현의 방식이다. 한국 사회에는 논리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생각과 마음의 표현 방식이다. (사실 이것은 한국 사회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지”라는 속담이 있는데, 말이 마음을 담는 그릇임을 생각할 때 이 속담은 “오는 말이 고와야 마음이 곱게 가지”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반(反) 박근혜 쪽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거칠다 보니 그들이 바라지 않은 반감을 대중들 가운데 불러 일으켰다. 소위 말하는 역풍(逆風)이 인 것이다. 물론 친(親) 박근혜 쪽에서의 저급한 언어 사용도 적지 않다. 하지만 훨씬 대중들에게 부각된 것은 반(反) 박근혜 쪽에서의 저속한 언어 사용과 표현 방식이다.

거기에는 나는꼼수다(이하 나꼼수) 방송이 크게 한 몫 했다. 나꼼수는 시장 바닥과 같은 언어 사용으로 전 국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졸인은 시장 바닥에서 쓰이는 언어가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언어가 민중의 속을 후련하게 해줄 때도 있는데 다만, 항상 그런 반응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뿐이다. 예전에 나꼼수 맴버인 김용민 씨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도 그의 격한 언어가 낙선의 요인 중 하나였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나꼼수가 반(反) 박근혜 진영의 모습으로 민중들 사이에 각인 된 것이 문재인 후보와 같은 훌륭한 분이 낙선하게 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윤여준 선생과 조국 교수 같은 분들이 격조 있는 찬조 연설을 해 주신 것이 나꼼수의 언어로 인한 역풍을 조금 막아주셨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예가 이정희 의원이다. 첫 TV 토론회에 나와서 토론회에 나온 이유로 언급한 것이 “박근혜 후보 떨어뜨리기 위한 겁니다”이다. 이 발언은 그 잘못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듣는 사람에 따라 속이 시원할 수 있는 발언이었는데, 정작 정권 교체에는 무슨 득이 되었는가? “예의 없는 발언”으로 그것은 평가 받았고,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예의’를 (실천적으로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무척 중시하는 한국의 풍토 속에서 이정희 후보의 발언은 그녀가 힘을 실어주려 했던 문재인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 메세지의 힘이 빠지게 했지 더해주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졸인이 트위터(Twitter)나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서 관찰한 반(反) 박근혜 성향의 사람들의 표현 방식은 종종 미움으로 가득하거나 다른 진영에 있는 사람들을 집단적으로 혹은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발언들이었다. 이것 역시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후보의 메세지에 자꾸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반(反) 박근혜, 반(反) 새누리 사람들의 분노와 억눌린 감정은 들여다보면 다 근거가 있다. 지금 그것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감정을 원색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를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쓰면, 좋다고 찬동하는 사람들도 나오지만, 소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어렵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일상에서 말하는 ‘사회에 불만 있는 사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앞날을 놓고 불안해 할 때에는 그런 요소들이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반대로, 나를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 혹은 용서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얼마만큼 아량이 넓은지는 졸인이 알길이 없다. 하지만 그녀가 여성으로서 갖고 있는 이미지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황상민 교수의 ‘생식기만 여자‘라는 식의 발언 역시 ‘반(反) 박근혜 진영은 비인간적이다’라는 이미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오히려 박근혜 당선자의 여성성을 강조하는 작용을 했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당선자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이 아량이 넓다 하더라도, 군중은 그를 직접 만나기 어렵고, 오히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통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의 자기 생활 주변을 상상하게 된다. 졸인이 인터넷을 통해 관찰한 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나타난 태도를, 훌륭한 것도 많았지만, 뭉뚱그려서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정의롭고 너희는 불의하다”는 것 혹은 “우리는 똑똑하고 너희는 무식하다”는 것이었다. 친구를 얻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이다. 인터넷 댓글 중 하나를 아래 소개한다:

박근혜 지지자가 쓴 인터넷 댓글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말을 하면 외계인 취급받고 문재인 만세!!해야 대접받는 분위기로 몰아간 […] 편가르고 상대방 창피주기… 늬들은 태도가 불량해서 진 거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어떤 사람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인상이 담긴 인터넷 댓글이다.

정리하자면, 박근혜 당선자의 승리와 문재인 후보의 패배 요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앞으로 나오겠지만, 그 요인들의 심리적인 배경에는 각 진영이 심어준 인상, 그 중에서도 생각과 마음의 표현 방식을 통해 대중들에게 심어준 인상이 결코 미미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표현의 문제로 여러번 사회적 분란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투표 독려도 그렇다. 투표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철학과 논리가 얼마든지 설 수 있는데, 투표를 안 하는 것이 범죄인 것 처럼 이야기하고 또 직선제를 위해 피흘린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아, 이 사람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려는 자세가 결여 되어 있구나’하는 인상만 심어줄 뿐이다. 물론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간절한 염원에서 반(反) 박근혜 진영의 사람들이 이런 저런 말들을 다 했겠지만, 역효과가 상당히 있었고, 결국 투표율 75.8% 가운데 51.6%의 표를 얻고 박근혜 당선자가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오래 참으면 관원도 설득할 수 있나니 부드러운 혀는 뼈를 꺾느니라” (잠언 25장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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