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nciples of Quantum Mechanics

저자:
Paul Adrien Maurice Dirac

추천 여부: 높이 추천

감동을 전해 준 책들이 참 많지만, 이번에는 수학과 물리학에 관련된 책을 하나 기록하고 싶다.

디락(Dirac)이 쓴 이 책은 양자역학에 관한 monograph — 어떤 분야의 전문가 한 사람이 자기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글 — 이다.

일단 양자역학에 관한 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20세기의 첨단 기술은 양자역학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우리 삶에 깊게 파고든 문화가 전기/전자 기술이고, 20세기 전기/전자 기술 혁명은 양자역학에 의해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양자역학은 철학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역시 마찬가지인데, 양자역학의 파장에 비해서는 약간 모자라지 않나 생각한다. 상대성 이론이 시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뒤바꾸어 놓았다면, 양자역학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도록 요구했다.

양자역학이 가지고 있는 깊이로 인해, 세계 어느 대학의 물리학과 초년생에게 있어서도 양자역학이야말로 하루 속히 배우고 싶은 과목이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에 조성되기 시작했는데, 보어, 하이젠베르크, 본, 슈뢰딩거, 파울리, 좀머펠트, 위그너 등 기라성 같은 물리학자들이 이 때 활약하였다; 그리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폴 디락이다. 사실 지금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쓸 때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언어는 디락의 그것이다.

디락의 손에서 양자역학은 가장 아름다운 (elegant)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를 마에스트로(maestro)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 디락의 설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을 읽어가며 나는 때론 잔잔하게, 때론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처음 읽은 것은 군대에 있을 때였다. 나는 물리학과 3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3학년 때 1 년 동안 양자역학 수업을 들었는데, 한 해가 지나도 양자역학의 개념이 딱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어떤 참고서에서 ‘양자역학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소개를 읽고 사 보기로 결심하였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눈의 비늘이 벗겨지는 경험이었다.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었다. 과연 대가(大家)의 가르침은 한 구절 한 구절이 천금과도 같았다. 한 문장 한 문장마다 우매함을 벗기는 강설이었다. 한 사람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음표 처럼 이야기는 펼쳐져 나간다. 모든 것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Monograph의 맛을 참으로 맛보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나 monograph와 textbook은 다르다. 양자역학에 대해 물리학도가 꼭 알아두어야 할 모든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숲을 조망한 것과 같을 것이다. 그 여정에 디락 보다 훌륭한 안내자를 찾을 수는 없다.

다만 양자역학에 대한 완전 초보자가 읽기에는 쉽지 않다. 그리고 수학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선형대수학을 알고 있어야 읽기가 수월할 것이다. 누구나 아름다운 음악의 미(美)를 느낄 수 있으나 음악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 수록 작품을 깊게 감상할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수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수학의 조예가 깊으면 깊을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까지 맛볼 수 있게 된다. 디락이 수학을 다루는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양자역학을 전혀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은 Berkeley Physics Series 제 4권, Quantum Physics 를 먼저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